과학기술에 미래를 맡기려면?
한국연구재단 석학인문강좌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풍요와 건강을 선사했다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다른 한편으로 과학기술이 가공할만한 핵무기를 비롯해 신무기 개발에 앞장서 불안한 미래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이러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과학과 기술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까? 또 우리의 미래를 맡기려면 우리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가 13일 광화문 서울 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열렸다. 윤정로 KAIST 사회학 교수는 ‘과학기술에 우리의 미래를 맡기려면?’이라는 주제로 네 번째 강의를 시작했다.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이러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과학과 기술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까? 또 우리의 미래를 맡기려면 우리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가 13일 광화문 서울 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열렸다. 윤정로 KAIST 사회학 교수는 ‘과학기술에 우리의 미래를 맡기려면?’이라는 주제로 네 번째 강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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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서 윤정로 KAIST 사회학 교수가 강의하고 있는 모습. 이 강좌는 매주 토요일 3시 광화문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Science Times |
인간게놈프로젝트, 금세기 최대 과학적 업적
2000년 6월 26일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영국 블레어 수상의 공동 기자회견이 백악관에서 열렸다.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를 통해서 인간유전체 지도의 초안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이 연구 성과는 미국 대통령과 영국 수상이 공동으로 발표할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안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HGP의 성공을 금세기 최고의 과학적 업적으로 평가하면서, ‘유전의 청사진’이 밝혀지게 됨으로써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에 있어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희망과 함께 인간의 모든 비밀이 담겨 있는 유전정보가 결코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되다는 점을 천명했다.
당시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인류 역사에서 지난 200년간은 종교와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진화론이 인간을 어떤 존재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유전정보의 해독을 계기로 향후 인간관에 있어 종교와 진화론의 영향에 맞먹을 정도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하였다. 인간유전체연구를 비롯한 생명과학기술, 나노, 로봇, 뇌신경과학 등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동시에 유례가 없는 새롭고 복잡한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에 대하여 윤리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와 발생 가능한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위험사회
최근 여러 가지 사회 현상을 파악하는 데 ‘위험’(risk)이라는 개념이 자주 사용된다. 위험이라는 단어는 17세기 무렵부터 유럽에서 원양 진출을 위한 모험적인 여행에 부수되는 난관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후에는 부를 얻기 위해서 감수해야 하는 난관과 위험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위험에 대한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위험의 사회적 차원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전통적으로 그 원인에 초점을 맞추어 위험의 유형을 자연적, 기술적, 사회적 위험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널리 사용되었다.
자연적 위험은 천재지변이나 기후온난화 등 자연조건의 변화에 의해서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산업화 등 인간의 활동이 자연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유독물질 유출이나 교량 붕괴 등 기술적 위험도 설계와 운용방식에 있어 소위 시스템 실패나 인간의 실수라는 인재의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기술적 요인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던 폭력, 사기 등 사회적 위험의 형태도 악성 댓글이나 피싱의 사례처럼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게 되었다.
우리의 미래는 의회나 정당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실험실과 경영자들의 집무실에서 간접적으로,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만들어지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첨단과학기술 연구실과 기업은 ‘혁명의 세포’가 되었다. 지식의 진보라는 과학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서 연구실에서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작업들이 사회구조적 변화의 씨앗이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업이 현대 민주주의와 사회적 의사결정 체계의 근간인 의회체계의 바깥에서, 의회체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을 무시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탁월한 과학기술자이자 성공한 대기업가인 빌 조이는 2000년 “우리는 왜 미래에 필요 없는 존재가 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에 동반되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였다.
미국의 “정보기술에 관한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공동의장도 역임한 조이는 현재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GNR 기술혁명―유전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은 파괴적인 자기복제의 힘을 갖고 있으며, 대규모 시설이나 자본이 필요 없이 상업적인 용도로 제한 없이 질주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은 너무 위험한 기술개발에 제동을 거는 것뿐이라고 했다.
인문학자들, 과학기술이 초래할 위험에 경종을 울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들이 생명과학기술을 비롯한 첨단과학기술이 초래할 위험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하버마스는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부상하게 될 새로운 우생학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후쿠야마는 바이오테크놀로지 혁명의 결과로 인해 인간의 본성 자체가 변화될 수 있다는 데 대해 경고한다.
마이클 샌델은 유전자 조작에 의한 인간개조 가능성, 즉 ‘디자이너 베이비’(맞춤 아기)의 문제를 비판하고, ‘정의란 무엇인가?’를 비롯한 여러 저서에서 생명과학기술과 관련된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제정치학자 싱어는 로봇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되는 국제 분쟁과 전쟁의 양상에 다각적으로 주목하면서,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사례와 같은 ELSI 연구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런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작업이 과학기술의 위험에 대한 실천적 대안에 있어서는 취약하다는 비판이 많다.
그러나 질주하는 과학기술, 그리고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인문사회과학적 탐구의 질적 도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넓은 의미의 ELSI 연구는 우리나라 인문사회과학, 더 나아가서 지성계의 프론티어 영역이다.
저작권자 2012.10.15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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