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의 생생함을 그대로
다큐에 이어 출간된 '프로즌 플래닛'
남극과 북극. 지구의 극지방은 많은 인류에게 상상 이상의 세계다. 따뜻한 햇볕과 적당한 바람의 축복을 받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극지방에의 혹독한 추위는 두려움인 동시에 도전이다. 두려움은 극지방에 대한 상상을 키워갈 수 있고, 도전정신은 그 상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과거와 달리, 극지방의 생태계와 환경은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극과 북극의 신비로움이 감퇴됐다고 할 수는 없다. 여전히 그곳은 북극곰과 북극여우, 하얀 배를 잔뜩 드러낸 펭귄과 바다표범이 놀라운 생명력을 이어나가는 장소인 것이다.
과거와 달리, 극지방의 생태계와 환경은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극과 북극의 신비로움이 감퇴됐다고 할 수는 없다. 여전히 그곳은 북극곰과 북극여우, 하얀 배를 잔뜩 드러낸 펭귄과 바다표범이 놀라운 생명력을 이어나가는 장소인 것이다.
![]() |
| ▲ 황제펭귄은 남극 조류 중 유일하게 얼음 위를 둥지로 삼는다. ⓒ위키피디아 |
극지방의 생생한 생명력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BBC의 자연다큐멘터리 '프로즌 플래닛'이 TV 방영에 이어 독자들을 찾았다. 지난 5월 국내 KBS에서도 방영돼 한국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프로즌 플래닛'은 책임 프로듀서인 앨러스테어 포더길과 프로듀서 버네서 벌로위츠가 집필한 것으로, 다큐멘터리로 보여줬던 극지방의 생생한 자연의 흔적을 최대한 그대로 담으려는 데 주안을 뒀다. 해상도 높은 고화질의 사진은 물론, 큼직한 책장을 뒤덮는 자연의 경관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아우라에 압도당하게 한다.
책은 남극과 북극, 극지방에 대한 설명과 각 계절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으로 상세하게 나열한다. 우리와 같은 외인(外人)들의 생각에는 눈과 빙하만이 존재할 것 같은 극지대에 사계절이 있어봐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몸을 부비고 살아가는 생명들에게는 결코 ‘고만고만’한 차이가 아니다. 봄과 여름은 우리의 땅처럼 그들의 땅 역시 새 생명이 약동하는 시기이며 가을과 겨울은 다시 추운 얼음 속으로 생명이 움츠러드는 시기다.
극지방에도 사계절이 있다
북극의 봄은 태양의 주황색 테두리가 수평선 위로 반짝임과 동시에 시작된다. 북위 75도 이북의 고북극 지방에서 2월 14일, 태양이 떠오름과 동시에 실질적인 북극의 봄이 눈을 뜨게 된다. 두 달이 지난 4월 19일에 태양은 수평선 위에서 24시간 내내 단 한 번의 중단 없이 북극을 비추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도는 여전히 영하 30도다.
봄의 소식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동물은 북극곰이다. 어미 북극곰은 자신의 긴 코를 눈 밖으로 꺼내 세상을 탐지한다. 바깥세상으로 나가도 된다는 판단이 섰을 때 눈을 깨고 몸을 드러낸다. 겨울 내내 굶주린 어미 곰은 사냥을 위해 새끼 곰을 다그치며 바다로 나가는데, 이는 초봄에 새끼 곰들이 물범들의 먹이로 잘 노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고리무늬물범이 번식을 위해 해빙으로 돌아와 있는 때로, 북극곰 수컷이 해빙 위에서 사냥과 짝짓기를 하기 때문에 남은 새끼 곰들은 먹이에 불과한 것이다.
고리무늬물범은 새끼곰들을 먹이로 삼지만 이들은 북극곰의 주요 먹이가 되기도 한다. 4월에서 7월 사이에 대부분의 사냥을 마치는 북극곰이 이 시기에 지방이 많은 물범을 본격적으로 사냥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리무늬물범은 얼음이 단단한 북쪽에서 새끼를 낳는데 이는 북극곰들이 물범의 새끼를 쉽게 잡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리무늬물범은 북극곰들로부터 새끼를 지키기 위해 굴과 수많은 숨구멍을 만들어 사냥 나온 곰들을 헷갈리게 하는 등 자신만의 필살기를 발휘하곤 한다.
봄은 북극곰이 깨어나고 물범이 돌아오며, 각종 새와 고래들이 귀환하는 계절이다. 더불어 북빙양 주변의 나무가 없는 거대한 툰드라까지 해동하는 시기로, 우리의 봄처럼 많은 생명이 약동한다.
이렇게 따뜻해진 기온에 맞춰 극지대로 돌아간 생명들은 여름이 되면 절정을 이룬다. 7월은 북극지방의 한여름으로 24시간 내내 햇살이 비치고 따뜻하다. 봄까지만 해도 북극곰이 자신의 몸을 의지했던 해빙은 점점 녹아 움직이는 부빙조각이 된다.
해빙에 의지해 사냥을 즐겼던 북극곰은 여름철 얼음이 깨지면서 다소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되지만, 여름은 대부분의 북극 야생생물에게 매우 풍요로운 시간이 된다. 얼음이 녹고 녹아내리는 강으로부터 유입되는 영양분과 온기가 해양생물을 대량으로 증식시키는 것이다.
![]() |
| ▲ 북극곰은 주로 얼음 위에서 먹이사냥을 한다 ⓒ위키피디아 |
이 시기에는 물고기들도 엄청난 숫자로 모인다. 멀리서 보면 검은 기름막으로 착각할 정도로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 저자는 여름 극지대구에 엄청난 물고기들이 모이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산란하는 것도 아니고, 대개 뱃속이 비어있는 것으로 보아 먹이를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큰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것은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불어나는 여름이 지난 후에는 짧은 가을 이후 이내 겨울을 맞게 된다. 여름철 절정에 치달은 생명의 풍성함 이후 가을이 다가옴과 동시에 해빙은 다시 생성되고, 북극은 육지와 바다가 얼어붙기 전 남쪽으로 바삐 향하는 새들로 분주해진다.
그렇게 짧은 가을 이후, 북극의 생명은 점차 마감한다. 동지인 12월 21일에 북극점에 서면 극야를 경험할 수 있다. 이날은 지구가 태양을 도는 동안 극이 태양으로부터 최대 기울기로 멀어진 시점으로 별들은 뜨지도 않고 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극점 자체에는 사실상 6개월 동안 밤이 지속되게 된다. 암흑기로도 불리는 시기다.
녹아내리는 지구
북극과 남극의 사계절 변화를 자세하게 설명한 저자는 이후 점점 녹아내리는 얼음과 지구의 미래에 대한 경고도 빼놓지 않는다. 점점 빙하가 줄어들고 바다가 상승하면서 극지대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얼어붙은 바다에서 녹아내리는 가장자리는 인간을 비롯한 야생생물을 끌어들이는 주요 장소인데, 해빙의 전체면적이 줄어들면서 얼음 가장자리는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자생어류와 물범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저자에 의하면 이는 자생어류와 물범에 의존하는 수산업계와 해당 지역 사람들 모두에게 문제가 된다. 온난화로 인한 극지대의 변화가 극지생물과 지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많은 동물들이 얼음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 결국 먹이를 놓고 경쟁하게 되며 얼음이 적어진 곳으로 범고래가 북극에 쉽게 진입하게 되면서 최근에는 범고래가 일각고래를 공격하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책의 말미에는 4년 동안 280억의 제작비를 투자하며 극지대의 자연을 담은 제작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생물 영화 제작자, 극지 과학자, 기술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프로즌 플래닛'은 그야말로 제작자들의 고군분투가 그대로 담긴 일지라고 볼 수 있다. 바닷속 얼음 밑에서 수중 촬영을 하는 것은 물론 펭귄이 바닷속에서 얼음 위로 몸을 날리는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기약 없는 기다림을 얼음과 바닷속에서 한없이 감수해야 했다.
위협적인 극지대 동물들도 위험했지만, 제작진들은 정말 두려운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제작진 중 한 명은 “북극에서 위험했던 것은 북금곰이었지만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람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고 언급, 바람이 다가오는 소리는 마치 제트기의 굉음과 같아 그런 소리가 들리면 제작진은 급히 오두막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극지대의 생명과 위협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는 이 책은 자연의 거대한 힘을 그대로 접하게 한다. 다큐멘터리로 만났던 얼음세상의 모습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불어나는 여름이 지난 후에는 짧은 가을 이후 이내 겨울을 맞게 된다. 여름철 절정에 치달은 생명의 풍성함 이후 가을이 다가옴과 동시에 해빙은 다시 생성되고, 북극은 육지와 바다가 얼어붙기 전 남쪽으로 바삐 향하는 새들로 분주해진다.
그렇게 짧은 가을 이후, 북극의 생명은 점차 마감한다. 동지인 12월 21일에 북극점에 서면 극야를 경험할 수 있다. 이날은 지구가 태양을 도는 동안 극이 태양으로부터 최대 기울기로 멀어진 시점으로 별들은 뜨지도 않고 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극점 자체에는 사실상 6개월 동안 밤이 지속되게 된다. 암흑기로도 불리는 시기다.
녹아내리는 지구
북극과 남극의 사계절 변화를 자세하게 설명한 저자는 이후 점점 녹아내리는 얼음과 지구의 미래에 대한 경고도 빼놓지 않는다. 점점 빙하가 줄어들고 바다가 상승하면서 극지대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얼어붙은 바다에서 녹아내리는 가장자리는 인간을 비롯한 야생생물을 끌어들이는 주요 장소인데, 해빙의 전체면적이 줄어들면서 얼음 가장자리는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자생어류와 물범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저자에 의하면 이는 자생어류와 물범에 의존하는 수산업계와 해당 지역 사람들 모두에게 문제가 된다. 온난화로 인한 극지대의 변화가 극지생물과 지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많은 동물들이 얼음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 결국 먹이를 놓고 경쟁하게 되며 얼음이 적어진 곳으로 범고래가 북극에 쉽게 진입하게 되면서 최근에는 범고래가 일각고래를 공격하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책의 말미에는 4년 동안 280억의 제작비를 투자하며 극지대의 자연을 담은 제작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생물 영화 제작자, 극지 과학자, 기술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프로즌 플래닛'은 그야말로 제작자들의 고군분투가 그대로 담긴 일지라고 볼 수 있다. 바닷속 얼음 밑에서 수중 촬영을 하는 것은 물론 펭귄이 바닷속에서 얼음 위로 몸을 날리는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기약 없는 기다림을 얼음과 바닷속에서 한없이 감수해야 했다.
위협적인 극지대 동물들도 위험했지만, 제작진들은 정말 두려운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제작진 중 한 명은 “북극에서 위험했던 것은 북금곰이었지만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람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고 언급, 바람이 다가오는 소리는 마치 제트기의 굉음과 같아 그런 소리가 들리면 제작진은 급히 오두막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극지대의 생명과 위협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는 이 책은 자연의 거대한 힘을 그대로 접하게 한다. 다큐멘터리로 만났던 얼음세상의 모습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저작권자 2012.10.09 ⓒ ScienceTimes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