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1일 목요일

예방주사 한방으로 암을 치료

예방주사 한방으로 암을 치료

항암 백신의 희망(2)

 
공상영화에서 나노 카메라가 나온다. 아주 작은 카메라가 인간의 몸 안에 들어가 암세포를 비롯해 무엇인가를 촬영한다. 그러나 영화 속의 나노 카메라는 백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암세포를 치료하는지 잘 모른다. 나노 카메라의 영역에서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실험동물과 배양접시의 세포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겼던 구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그 백신에는 ‘her2/neu’라는 분자의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 이 조각들은 암세포 표면에 붙어 특정 유방암의 성장과 확산을 촉진하는 분자다.

과감하게 임상실험에 도전했던 베이커의 경우를 보자. ‘her2/neu’가 주입되자 베이커의 면역체계는 그 분자를 자신의 몸을 해하는 침략자로 간주했다. ‘CD4’라는 세포가 경종을 울렸다. 그러자 백혈구의 T세포를 활성화 했다.

그 T세포는 베이커의 종양에 침투해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cells)라는 특공대를 조직했다. 이 특공대는 베이커의 유방암 조직뿐만 아니라 척추에 있는 암세포까지 무차별 공격해서 파괴했다. 우리 주인을 공격하는 적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유방암은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암이다. 아마 암 백신의 1호는 유방암 백신이 될 것 같다. ⓒ위키피디아

예방주사 한방으로 암을 날릴 수 있어
베이커 뿐만 아니라 임상실험에 참여했던 여성 21명 모두 호전됐다. ‘her2/neu’ 백신을 개발한 워싱턴 대학의 면역학자 메리 디시스(Mary Disis)는 “이제 암을 억제하거나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은 미래의 가능한 그림”이라고 이야기했다.

1971년 12월 닉슨 대통령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전한 암 퇴치는 요원한 꿈으로 여겨져왔다. 인류가 암을 극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과학자들은 몇 년 전만 해도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열쇠는 항암백신이다. 끔찍한 부작용을 동반하는 화학치료나 방사선 치료, 또 생명공학에 의한 유전자 치료가 아니라 백신이다. 예방주사다. 홍역처럼 말이다.

백신개발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2010년 미 식품의약국(FDA)은 최초로 항암 백신을 승인했다. 전립선 암을 치료하는 프로펜지(Provenge)다. 그러나 이 백신이 전립선 암을 완전히 치료한다는 분명한 결과는 없다.

뿐만이 아니라 다른 백신 수십 가지가 개발 중이다. 지난 여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한 연구팀은 “20년을 연구해온 회기적인 암 치료제(breakthrough 20 years in the making)”을 선보였다.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을 치료약으로 하는 백신으로 인해 증상이 완화된 상태가 그 기간이 1년이며, 다시 그 기간은 더 늘어난다고 한다.

개발한 과학자들은 이 백신을 좀 더 개발하면 폐암, 난소암, 골수종, 흑색종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췌장암과 뇌암을 공격하는 백신도 테스트 중이다.
▲ 미국 워싱턴 대학 메리 디시스 박사는 항암 백신 개발의 권위자다. ⓒ워싱턴 대학
워싱턴 대학의 디시스 박사는 함 예방 백신 개발 프로젝트로 미 국방부로부터 79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항암 백신 실험에서 특이성을 가진 한두 명이 아니라 환자 다수가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암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면역성이 있는 백신을 개발한다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디시스 박사의 이야기는 한 가지 백신으로 다양한 암 치료나 예방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악성세포에 악성세포를 주입해
항암 백신이란 악성세포를 공격하도록 면역체계를 자극시키는 것이다. 악성세포가 가진 것과 똑 같은 분자를 주입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런 분자를 항원이라고 한다. 워싱턴 대학에서 개발한 her2/neu 백신처럼 항원은 암세포 표면에 달라 붙어 T세포를 유도해 항원을 공격하게 만들면서 그 항원을 가진 특정 세포를 파괴하는 ‘킬러 T세포’의 생산을 유도한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몸이 자체 세포를 공격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항원을 적절히 조정하면 면역체계가 종양을 공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런 백신은 종양을 파괴하는 치료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예방책이 될 수 있다.

암 치료에 이용되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는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 그래서 대체의학자(alternative practitioner)들은 이러한 치료방법에 반대한다. 물론 대체요법을 쓰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암과 싸우는 주요한 방법은 면역체계다. 종양연구자들의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모험적이지만 결국에 잽이 아니라 무거운 펀치를 날릴 수 있는 것은 항암 백신이다. 천연두를 한방에 날리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 미국 유방암연합(NBCC)은 2020년 1월 1일까지 유방암을 완전 퇴치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Artemis Project)다. 일반적으로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 야생 동물의 수호 여신으로만 알려진 아르테미스는 여성의 삶과 밀접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리고 의술(醫術)의 신이다.

암의 최종 해결은 백신에…
유방암을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 길은 백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유방암 백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업체인 앤티젠 익스프레스(Antigen Express)는 자사가 개발한 her2/neu 백신을 투여 받은 환자의 89%가 22개월 생존했다고 발표했다.

앤티젠 익스프레스는 FDA로부터 3단계 임상실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는 보편적으로 상용화 될 것을 판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작용을 넘어 소위 예방주사 차원으로 암을 잡겠다는 이야기다.

더욱 놀라운 것이 있다. 백신의 효과는 존재하는 종양을 파괴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예방과 치료의 효과를 갖고 있다. 그래서 백신은 암 치료의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을 갖는다. 암은 매우 교활하다. 그러나 그 교활한 본능을 퇴치할 것이다. 암 백신이 기대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10.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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