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문화축전이 떴다!
수학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 열려
지난 주말 국립과천과학관(관장 최은철)에서 제 2회 수학문화축전(이하 문화축전)이 열려 풍성한 볼거리로 주말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수학문화축전이 열리는 3일간 전시관 무료입장을 시행했으며 이에 행사를 구경하러 온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수학을 보고, 즐기고, 느끼고, 소통하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문화축전 현장은 과학관 곳곳에서 진행됐다.
"수학을 보고, 즐기고, 느끼고, 소통하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문화축전 현장은 과학관 곳곳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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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울림홀과 전시관을 연결하는 '수학터널'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종이를 접어 만들어보기도 하고, 에셔의 그림을 연상케하는 도형을 연결해 공동작품을 꾸며보는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손은혜 |
전시관 1, 2층에 자리잡은 수학체험교실은 탐구 중심의 수학체험 활동을 통해 수학적 원리를 익히고 학교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주는 체험공간으로, 각각 선별된 주제에 맞춰 총 25개의 체험부스로 마련됐다.
퍼즐 게임, 수학과 예술의 융합, 기하, 공학원리 등으로 이루어진 수학체험활동은 과학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열띤 참여로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된 곳도 있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짱을 끼고 골똘히 고민하는 학생들의 진지한 표정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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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장 1, 2층에 마련된 체험부스는 문화축전을 보러 온 참가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손은혜 |
한편 수학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중·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문화축전의 지원 군단으로 나서 체험부스에 각각 배치돼 관람객들이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수학토크콘서트, 수학의 매력을 더하다
둘째 날 진행됐던 수학토크콘서트는 연예인 콘서트에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문화축전의 열기를 더했다. 인터넷 사전접수를 통해 어울림홀 640석 전석매진을 기록했던 것.
오전 10시 4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일곱 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한 토크콘서트는 전문가들의 강연과 오케스트라 공연을 번갈아 진행해 관람객들의 이성과 감성을 충분히 자극했으며, 각각의 순서가 끝날 때마다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도록 배려해 토크콘서트 특유의 편안함이 묻어났다.
생물학에서 수학이 필요한 이유
토크콘서트의 첫 출발은 과학자 정일효 교수(부산대)의 수리생물학 이야기로 시작됐다. 그는 “수학모델에 값을 입력해 얻은 결과를 수학적 시각으로 해석하면 생물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생물학은 수학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즉, 이러한 학문을 수리생물학이라 부르고 수리생물학의 일부분이 자신의 연구영역이라고 소개했다.
수학모델(Mathematical model)은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과 변화를 수학적 언어(기호)를 사용하여 표현한 것을 말하는데, 생물학에서는 주로 결정모델과 확률모델로 나뉘는 수학모델을 이용해 생물통계 수치를 예측한다.
정교수는 이러한 수학모델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수리생물학에서 적용된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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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일효 교수는 생물학에서 수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잘 활용할 때 생물을 잘 이해할 수 있다며 그 사례들을 청중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손은혜 |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리생물학자인 제임스 머레이 교수는 얼마 전 이혼예측모델을 개발해 94%를 적중했다는 흥미로운 연구를 발표했다. 두 남녀가 만나서 갈등을 빚고, 다시 헤어지기까지의 다양한 확률적 행동들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
과학자의 목표는 본질적으로 인류가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삶을 유지시켜 나가는데 기여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각종 수학모델을 선택해 인간이나 동물에게 해를 끼치는 바이러스나 전염병의 확산속도와 방향을 예측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 또한 과학자들의 오랜 관심사 중 하나다.
정 교수는 이러한 맥락에서 작년 겨울에 유행했던 신종플루(H1N1)와 구제역이 어떻게 예측이 되고, 감염률을 줄이기 위해 과학자와 수학자들이 얼마나 고민을 했었는지 설명했다.
“방어하지 않으면 지체 않고 곧바로 확산이 되기 때문에 미리 구획을 나눠 처방을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전염병 초기 발생지역에서 구제역 위험지역까지 구간을 설정하는 것, 앞으로 감염 바이러스의 이동경로를 예측하는 문제는 수학자들의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질의응답시간에서 한 초등학생이 정교수에게 이렇게 물었다.
“서술형 문제는 너무 어렵고 풀기 힘들어요.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요?”
질문자의 애교 가득한 넋두리에 정 교수는 “서술형 문제는 실제로 일상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 제출의도는 수학방정식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더하기를 할까, 빼기를 할까, 변수를 2개 설정할까, 3개를 설정할까 등 여러 가지 풀이 중 하나를 선택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문명과 수학, 촬영 뒷이야기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EBS 다큐프라임의 ‘문명과 수학’을 감독한 김형준 PD가 수학토크콘서트 현장을 찾았다.
5부작으로 제작된 ‘문명과 수학’은 올 초 앵코르 방영됐으며 이집트에서 20세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학사의 주목할 장면을 현지에서 직접 재연했다. 김PD는 2년이 넘는 제작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이 다큐의 촬영 뒷이야기에 대한 여러 질문들에 대해 토크콘서트에서 시원하게 답변했다.
무엇보다도 제일 큰 관심사는 배우 섭외였다. 현지 거주하고 있는 전문배우들을 캐스팅해 촬영을 한 것인지, 한국에서 모든 계획을 세워 해외촬영을 나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김PD는 “모든 재연배우들은 현지에서 직접 캐스팅 했으며, 심지어 그들이 입고 있던 의상이 배우의상이 됐을 정도로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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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명과 수학'을 감독한 김형준 PD는 다큐 촬영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손은혜 |
특히 가장 촬영하기 편했던 곳은 인도였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숫자 ‘0’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인도는 기원후 300년에 입었던 옷이 오늘날 일반사람들이 입는 옷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재연배우들이 갖고 있던 가장 오래된 옷을 입고 촬영했는데 의외로 그럴듯하게 잘 나왔다”고 김PD는 웃으며 촬영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이어서 그는 “독일은 의외로 역사적인 유적이 별로 없어 촬영에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유일하게 2차대전 폭격에서 살아남은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촬영을 했었다”고 했다.
다큐를 제작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없었냐는 질문에 김PD는 망설임 없이 두 가지가 있다고 대답했다. 하나는 당시 촬영여건이 어려워 이라크에서 아랍수학의 정면을 촬영하지 못한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국 수학을 수학사에 편입시키지 못한 점을 꼽았다.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은 그리스 수학사부터 시작하는 것을 감안할 때, 중국수학은 그리스 수학과 학문의 패러다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중국수학을 이해하려면 개념부터 차근차근 익혀나가야 한다. 김PD는 촬영일정이 임박해 중국수학을 미쳐 다 공부하지 못해 아쉽게도 수학사에 중국수학 분량을 할애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심도있으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냈던 김형준 PD의 ‘문명과 수학’ 뒷이야기는 한 시간 가량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마무리가 됐으며, 연이어 파타고라스 음계와 파동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표현한 폴클랑 졸리스텐의 공연으로 토크콘서트의 격조있는 분위기 연출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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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타고라스 음계와 파동의 원리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어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멋진 무대를 연출한 폴클랑 졸리스텐 ⓒ손은혜 |
토크콘서트에서 만난 여정민(대전관저고, 1학년) 학생은 멀리 대전에서 과학관에 방문했다. 그는 “평소에 수학을 좋아해 수학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도 선생님께서 좋은 문화행사가 있다고 소개해주셔서 친구들끼리 수학문화축전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ICM)가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대회는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여하기로 유명하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 3일간 진행됐던 수학문화축전은 전 세계의 권위 있는 수학자들이 한 데 모이는 2012 국제수학자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2012.10.08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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